1. 와인 애호가라면 꿈같은 곳, 보르도
솔직히 말하면, 보르도에 가기 전까지만 해도 "와인 여행"이라는 게 얼마나 특별할지 잘 몰랐다. 그냥 유명한 와인 한두 잔 맛보는 정도겠지 싶었는데, 막상 도착하고 나니 이곳이 왜 "와인의 성지"라고 불리는지 단번에 이해가 갔다.
가장 먼저 갔던 곳은 생테밀리옹(Saint-Émilion)이라는 작은 마을이었다. 보르도 시내에서 기차로 30분 정도 걸리는데, 도착하자마자 동화 속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돌로 만들어진 아기자기한 골목길과 오래된 와이너리들이 어우러져 너무나 운치 있었다. 그리고 마을을 감싸고 있는 드넓은 포도밭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와이너리 투어를 신청해서 한 곳을 방문했는데, 직원이 직접 포도가 와인으로 변하는 과정을 설명해 주고, 오크통에서 숙성 중인 와인 향을 맡아보게 했다. 그다음엔 드디어 테이스팅! 직접 생산한 레드와인을 한 모금 마셨을 때, 입안에서 퍼지는 깊은 향과 부드러운 질감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평소 와인을 좋아했지만, 이렇게 현장에서 경험해 보니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보르도 시내에서도 시테 뒤 뱅(Cité du Vin)이라는 와인 박물관을 방문했는데, 이곳에서는 세계 각국의 와인 역사와 문화를 배울 수 있었다. 가장 좋았던 건 꼭대기 층에서 와인을 한 잔 받으면 보르도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는 점!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였다.
보르도에 가기 전까진 그냥 "와인 좋은 곳" 정도로 생각했는데, 막상 경험해 보니 와인이라는 게 단순한 술이 아니라 이 도시의 역사, 문화, 그리고 사람들의 삶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와인을 좋아한다면, 아니 좋아하지 않더라도, 한 번쯤 꼭 경험해 볼 가치가 있는 곳이다.
2.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중 하나
파리도 멋진 도시지만, 보르도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도시 자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역사적인 건축물이 많고, 그 분위기가 정말 로맨틱하다.
보르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곳 중 하나는 플러스 드 라 보르스(Place de la Bourse)와 그 앞에 있는 미로르 도(Le Miroir d'eau, 물의 거울)이었다. 낮에는 웅장한 건축물이 반사되어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냈고, 밤이 되자 조명이 켜지면서 완전히 다른 분위기가 연출됐다.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또 하나 좋았던 건 생트랄리아 대성당(Cathédrale Saint-André de Bordeaux)이었다. 고딕 양식의 웅장한 외관도 멋졌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쏟아지는 햇빛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도시를 걸으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가론 강(Garonne River) 주변의 풍경이었다. 강변을 따라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많았고, 노천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며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았다. 파리에 비해 덜 붐비고 한적해서, 오히려 프랑스의 진짜 일상을 엿볼 수 있는 느낌이었다.
솔직히 보르도는 파리만큼 유명한 여행지는 아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좋았다. 너무 관광객이 많아 정신없는 곳이 아니라, 현지의 여유로운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곳. 아름다운 건축물과 강변 풍경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보르도는 최고의 여행지가 될 것이다.
3. 와인만큼 매력적인 보르도의 미식 여행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먹는 거다. 보르도는 와인만큼이나 미식의 도시로 유명한데, 진짜 기대 이상이었다.
먼저, 보르도의 대표 요리 중 하나인 엔트리코트 보르델레즈(Entrecôte à la Bordelaise)를 맛봤다. 이건 소고기 스테이크에 보르도 와인을 넣어 만든 소스를 곁들인 요리인데, 고기의 깊은 풍미와 와인의 풍미가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여기에 현지에서 추천받은 와인 한 잔을 곁들이니 정말 최고의 조합이었다.
또 하나 추천하고 싶은 음식은 아르카숑(Arcachon) 지역의 신선한 굴이다. 아르카숑은 보르도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해안 마을인데, 이곳에서 먹는 굴은 정말 신선하고 고소했다. 굴을 좋아한다면, 보르도 여행 중 꼭 한번 들러볼 가치가 있다.
디저트도 빼놓을 수 없다. 보르도의 대표적인 디저트인 카눌레(Canelé)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이 독특한 작은 케이크인데, 달콤하면서도 깊은 럼 향이 매력적이었다. 유명한 카페에서 에스프레소와 함께 먹으니 딱 프랑스 감성이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보르도는 파리보다 훨씬 합리적인 가격으로 좋은 레스토랑을 경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부터 현지인들이 자주 가는 작은 비스트로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아서 음식 하나하나가 여행의 즐거움이 됐다.
보르도는 단순한 와인 도시가 아니라, 여유로운 분위기, 아름다운 건축물, 그리고 맛있는 음식이 어우러진 완벽한 여행지였다. 와인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가봐야 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보르도의 매력적인 골목길을 걷고, 강변에서 여유를 즐기고, 맛있는 프랑스 요리를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파리만이 프랑스 여행의 전부가 아니다. 오히려 프랑스의 진짜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보르도를 강력 추천한다.